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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봄철 꽃이 피지 않는 이유, 기후 변화 때문일까?

1. 이상기온과 꽃 개화의 상관관계

2025년 봄, 나는 평소처럼 꽃이 피는 시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올해는 벚꽃이 예년보다 1~2주 정도 늦게 피거나 아예 피지 않는 나무도 보였다. 이러한 꽃 개화 지연 현상은 단순한 계절적 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 이상기온, 그리고 꽃 개화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식물은 겨울 동안 일정 수준의 추위를 견딘 뒤 서서히 따뜻해지는 봄 기온을 감지하면서 개화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처럼 겨울이 지나치게 따뜻하고, 봄에 갑작스러운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 꽃눈 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3월 중순에 낮 기온이 20도를 넘기면서 식물들이 계절을 오해하고 잎눈을 먼저 내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이상기온은 꽃 개화를 방해하며 생태계 전반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봄꽃이 개화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풍경 변화가 아니라 생리학적 이상 반응의 결과다.

 

봄철 꽃이 피지 않는 이유, 기후 변화 때문일까?

 2. 춘화 요건 미충족과 기온 패턴의 문제

나는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처럼 봄철 대표적인 꽃 개화 식물들이 올해 제대로 피지 못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조사해보니 가장 큰 원인은 춘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춘화는 식물이 일정 기간 동안 저온을 겪어야 꽃눈이 형성되는 생리적 조건을 말한다. 그런데 2024년 겨울은 예년에 비해 따뜻했고, 1월부터 영상 기온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식물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봄이 왔다고 착각했고, 이로 인해 꽃눈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3월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커지면서 기온 패턴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기온 패턴의 불안정성은 식물의 내생 리듬을 깨뜨려 개화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벚나무처럼 춘화 요구량이 높은 식물은 이러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제로 올해 개화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봄철 꽃 개화는 단순한 따뜻한 날씨가 아니라, 일정한 온도 흐름을 전제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3. 일조량 부족과 과습한 토양이 주는 영향

나는 실내 화분과 베란다 정원에서도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관찰할 수 있었다. 2025년 3~4월은 유난히 흐리고 비가 자주 왔다. 그 결과 일조량이 예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고, 강수량은 150% 이상 증가했다. 일조량 부족, 과습한 토양, 그리고 광합성 저하는 꽃 개화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에너지는 광합성을 통해 얻어진다. 햇빛이 부족하면 식물은 에너지 확보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개화를 포기하거나 지연시킨다. 동시에 비가 자주 오면서 토양 내 수분이 과다해졌고, 배수가 잘되지 않는 경우 뿌리가 썩거나 산소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실제로 키우던 베고니아 화분에서 잎은 무성한데 꽃은 전혀 피지 않는 모습을 보며, 빛과 수분 조절의 중요성을 다시 체감했다. 봄철 식물의 개화 조건은 단지 따뜻한 날씨가 아니라, 광·수분 환경이 정밀하게 조화되어야만 충족될 수 있다.

 4. 대기오염과 도시 열섬 현상이 미치는 영향

도시에 사는 나는 특히 대기오염, 미세먼지, 그리고 도시 열섬 현상이 꽃 개화에 미치는 영향을 매년 체감하고 있다. 봄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식물의 잎 표면에는 미세입자가 쌓이고, 이는 기공을 막아 광합성을 어렵게 만든다. 올해도 서울에서는 3월과 4월 사이 ‘나쁨’ 이상의 미세먼지 지수가 10일 이상 지속되었고, 이 시기에 내 옥상 정원 식물들의 개화 상태는 확연히 저하되었다. 여기에 도시의 열섬 현상은 또 다른 변수다. 도심 지역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때문에 낮에 받은 열을 밤에도 방출하며, 야간 기온이 자연보다 23도 높게 유지된다. 이로 인해 식물은 계절 전환을 인식하지 못하고 개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동일한 품종의 식물이라도 도시와 교외 지역에서 개화 시기가 510일 이상 차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 기후 변화는 식물의 생장 리듬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5. 생태계 교란과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

꽃 개화 지연 현상은 식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최근 충남의 한 과수농가를 방문했을 때, 사과꽃이 평년보다 2주 정도 늦게 피는 바람에 수정 시기를 놓치고 수확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계 교란, 농작물 생산 저하, 수확 타이밍 문제는 모두 꽃이 피지 않는 현상에서 시작된다. 곤충의 활동도 꽃 개화 시기에 맞춰 이루어지는데, 꽃이 피지 않으면 꿀벌은 먹이를 찾지 못하고, 수분 과정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하나의 기후 변화 신호가 여러 생명체에 영향을 주는 연쇄 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이처럼 꽃이 피지 않는 봄은 단순한 풍경 손실이 아니라, 생태적 위기이자 인간 경제와 식량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문제다. 우리는 이제 ‘왜 꽃이 피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넘어서 ‘기후 변화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더 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